성덕대왕신종, 세상을 울리는 1300년의 소리– 에밀레종에 담긴 신라의 기술과 전설
‘종’은 단순한 소리를 내는 도구일까요? 사실 종은 단순한 도구를 넘어, 그 시대의 기술과 예술, 믿음과 정성을 모두 담아낸 문화유산이기도 합니다. 그중에서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종이 바로 성덕대왕신종, 또 다른 이름으로 에밀레종입니다. 이 종은 1300년 전 신라시대에 만들어진 국보 제29호로, 지금은 경주 국립박물관 야외 전시관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 종은 소리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그 속에 깃든 이야기와 조형미, 그리고 과학적 설계까지 주목받고 있습니다. ‘에밀레~’ 하는 소리는 단순한 울림이 아니라, 마치 하늘과 땅을 잇는 듯한 깊은 감동을 줍니다. 성덕대왕신종은 신라의 뛰어난 기술력과 예술 감각이 고스란히 담긴 결과물로,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유산 중 하나로 손꼽힙니다.
오늘은 이 특별한 종이 왜 그렇게 유명한지, 어떤 모습과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그 소리의 비밀은 무엇인지 천천히 알아보려 합니다. 이제부터 ‘미소’와 함께 1300년 전 그 울림 속으로 걸어가 볼까요?
성덕대왕신종, 세상을 울리는 1300년의 소리 |
위 사진은 **위키미디어 커먼즈(Wikimedia Commons)**에서 제공된 이미지로, CC BY-SA 4.0 라이선스에 따라 자유롭게 사용되었습니다. 출처: 사진 보기
1. 성덕대왕신종은 어떤 종인가요?
1-1. 신라 왕의 효심에서 태어난 위대한 종
성덕대왕신종은 신라 경덕왕이 아버지인 성덕왕의 공덕을 널리 알리기 위해 만들기 시작한 종입니다. 하지만 경덕왕은 이 종을 완성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고, 그 뒤를 이은 혜공왕이 771년에 종을 완성하면서 성덕대왕신종이라는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원래는 **경주 봉덕사에 걸려 있었기 때문에 ‘봉덕사종’**이라고도 불렸습니다. 현재는 경주 국립박물관의 야외 전시장에 전시되어 누구나 관람할 수 있습니다. 이 종은 높이가 3.75미터, 아랫부분의 지름이 2.27미터, 무게는 18.9톤으로,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가장 크고 오래된 종입니다.
1-2. 아기의 울음에서 유래한 ‘에밀레종’이라는 이름
성덕대왕신종은 ‘에밀레종’이라는 별명으로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 ‘에밀레’라는 이름은 전설에서 나왔습니다. 전해지는 이야기 속에는 종을 아무리 만들어도 깨지기만 하자, 어떤 스님이 “사람을 제물로 넣으면 된다”는 말을 했고, 결국 어린아이가 시주로 바쳐져 종에 들어갔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종이 완성되고 난 뒤 처음 울렸을 때, 그 소리가 “에-밀레~” 하고 들렸고, 사람들은 그것이 **아기의 울음 같았다며 '에밀레종'**이라고 불렀다고 전해집니다.
물론 실제 역사적 기록으로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이 이야기는 종의 신비함과 전통적인 믿음을 더욱 깊게 만들어주는 전설로 자리잡았습니다.
2. 성덕대왕신종의 구조적 특징
2-1. 우리나라 종에만 있는 특별한 구조, ‘음통’
성덕대왕신종의 맨 위에는 음통이라는 원형 구조물이 있습니다. 이 음통은 종의 소리를 더 깊고 울림 있게 만들어주는 장치입니다. 특이한 점은, 이 음통이 우리나라 전통 종에만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중국이나 일본의 종에는 없는 구조로, 이 때문에 성덕대왕신종의 소리가 더욱 특별하다고 평가됩니다.
음통 외에도 종을 매다는 고리 부분인 **‘용뉴’**는 용의 머리 모양으로 화려하게 조각되어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왕을 기리는 상징성과 종의 신성함을 함께 표현한 것입니다. 작은 부분 하나하나에도 의미가 담겨 있다는 점이 이 종의 큰 매력입니다.
2-2. 연꽃, 비천상, 당좌 – 종을 꾸미는 예술 요소들
종 전체를 둘러보면 곳곳에 아름다운 장식이 새겨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종의 상하 부분에는 넓은 띠 안에 꽃무늬가 정교하게 새겨져 있습니다. 또 종의 어깨 부분에는 ‘유곽’이라 불리는 돌출된 네모 틀이 있고, 그 안에는 ‘유두’라는 9개의 돌기가 있습니다. 이는 소리를 맑고 힘차게 만들어주는 장치입니다.
그 아래로는 하늘을 나는 천상의 존재인 ‘비천상’ 두 쌍이 새겨져 있고, 종을 치는 부분인 ‘당좌’는 연꽃 모양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모든 문양에는 불교적 상징과 함께 장식미가 함께 담겨 있어, 종 자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또한 종의 한쪽에는 제작 과정과 목적 등을 새긴 글이 남아 있어 역사적 가치도 매우 큽니다.
3. 맥놀이와 여운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
3-1. 울림의 과학, ‘맥놀이 현상’이란?
성덕대왕신종은 단지 크고 오래된 종이 아니라, 그 소리 자체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종입니다. 종을 한 번 치면 울림이 길게 이어지며 ‘끊어질 듯 이어지는’ 신비로운 소리를 냅니다. 이를 **‘맥놀이 현상’**이라고 부릅니다.
맥놀이는 두 개의 비슷한 소리가 겹치면서 생기는 현상으로, 우리나라 종 특유의 깊고 진동하는 소리의 비밀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울림은 종 내부 구조와 음통, 당좌의 위치와 두께의 변화 등에서 비롯됩니다. 성덕대왕신종은 단순히 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그 여운이 사람의 마음속까지 스며들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3-2. 1300년을 버틴 신라의 금속기술
이 종은 구리와 주석을 섞은 청동 재질로 만들어졌습니다. 신라 시대의 기술력은 놀라울 정도로 뛰어났습니다. 비슷한 시대의 다른 나라 대형 종들은 종종 깨지거나 울리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성덕대왕신종은 1300년이 지난 지금도 완전한 상태로 보존되어 있으며, 울림도 생생하게 유지됩니다.
세계 최대 규모로 제작된 다른 종들조차 실제로는 소리를 내지 못하거나 부서졌던 데 반해, 우리나라의 이 종은 정확한 비율과 두께 조절, 온도 조절 기술 등 당시 장인들의 정성과 노력이 집약된 결과물입니다. 그래서 이 종은 단순한 유물이 아니라, 신라 과학의 결정체이자 한국 문화유산의 상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울림
성덕대왕신종은 단순히 오래된 종이 아닙니다. 130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변하지 않은 소리와 형상은, 지금의 우리에게도 신라 사람들의 마음을 전해주는 통로가 되어 줍니다.
이 종은 소리를 통해 시대를 넘어 마음을 울리는 **‘산소리 유산’**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전해 내려오는 아기의 울음 전설, 정교한 장식과 설계, 과학적인 음향 구조, 그리고 세월 속에서도 살아남은 진짜 울림. 이 모든 것이 모여 성덕대왕신종을 ‘국보’라는 이름에 걸맞은 보물로 만들어주었습니다.
우리는 지금도 경주에 가면 이 종을 만날 수 있습니다.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끼고, 때로는 전시된 영상으로 그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문화유산이란 그 시대를 살아간 이들의 정성과 지혜가 녹아 있는 것이며, 후손들이 그 의미를 되새기며 지켜야 할 소중한 유산입니다.
‘미소’는 오늘도 우리 전통의 울림을 전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샐리 블로그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그 소리에 귀 기울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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